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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공서가 생겻다. 完 다운로드
    카테고리 없음 2021. 5. 12. 11:46
    무공서가 생겻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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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서가 생겻다. 完.txt2.1M


    “이런, 우라질. 달 한 번 더럽게 밝다.”

    흐리멍덩한 시야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보인다.

    이 와중에도 달은 왜 저렇게 예뻐 보이는 걸까?

    나는 지금 백양루에서 잔뜩 술을 퍼마시고 돌아오는 길이다.

    천 냥짜리 전표를 슬쩍 보여주자 아주 기생년들이 환장하고 달려들었다.

    백양루에서 가장 예쁘다는 기생 두 명을 양옆에 끼고,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면서 한 병에 사십 냥이나 한다는 비싼 옥호춘을 다섯 병이나 마셨다.

    얼굴도 모르는 정혼자이고 당연히 파혼될 줄 알았지만, 여자한테 차였다는 기분은 썩 유쾌한 것이 아니다.

    그건 아마도 지금의 내 모습에서 진가장의 미래가 투영됐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가문의 재건은 개뿔.

    아마도 아버지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다면 한심하다고 주먹질이라도 하셨을 거다.

    물론, 나라고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공 고하가 전부인 중원 무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남의 문중에 들어가 상승무공을 배우자니 그 또한 녹록지 않았고.

    대부분 뛰어난 가문의 독문무공은 혈연과 지연 관계로 인한 전수가 일반적인데 다른 가문 사람들에게는 지독할 리만치 배타적인 것이 바로 무림인이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근골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다고 한들 상승무공을 익히기란 가히 하늘에서 별 따기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술이나 마시며 세상을 탓하는 수밖에.

    “더러운 세상.”

    그때 올려다보고 있는 하늘에서부터 물체 하나가 맹렬한 속도로 떨어지는 게 눈에 들어온다.

    “어, 저게 뭐지?”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그 물체가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피하려고 했으나 피하기에는 이미 백만 년은 늦은 뒤였다. 그것이 정확히 내 머리통을 가격했다. 마치 망치가 머리위로 내리친 기분이다.

    습격인가? 암습? 그런데 누가 나를.

    순간 내 품속에 들어있는 전표 다발이 떠올랐다.

    귀신같은 놈들.

    매번 빈털터리였던 나에게 돈이 생긴 건 어찌 알고…….

    아, 주루에서 그렇게 돈을 흥청망청 써댔으니 못 알아본 게 오히려 병신인가?

    이 와중에도 오만 잡생각이 뇌리를 스치다 사라진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땅이 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왔다. 눈을 감기 직전 보인 것은 빛바랜 책 한 권이었다.

    그리고 눈이 감겼다.

    * * *

    “소가주! 소가주! 정신이 드세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힘겹게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가장 먼저 강 내총관의 얼굴이 보인다.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휑한 방 안에 오래된 협탁과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광경. 늘 보아오던 풍경.

    내 방이다.

    “으윽.”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나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누가 손가락만 한 바늘로 머리를 쿡쿡 쑤셔대는 기분.

    숙취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당한 습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머리가 깨질 듯한 아픔이 온다.

    습격?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나 습격을 당했지.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재빨리 품속부터 뒤졌다.

    다행히 전표는 품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전표가 품속에 있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뭐지? 전표를 노리고 습격한 무리인 줄 알았는데.

    그 사이 강 노인이 찻잔에 뭔가를 따라 내게 건넸다.

    “이거 마시세요. 삼초우 뿌리를 갈아 달인 물이에요. 술 깨는 데는 이만한 게 없으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새벽에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제가 데리고 왔죠. 주량도 많으신 분이 얼마나 드셨기에, 길바닥에서 잠을 다 주무시고.”

    냄새만 맡아도 쓴 내가 풀풀 풍기는 삼초우 뿌리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잔을 내려놓는데, 탁자 위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건……?”

    “그건 제가 묻고 싶은 겁니다. 쓰러진 소가주 품속에 있던 건데 저게 도대체 뭡니까? 제가 살펴보니까 그냥 아무것도 적혀져 있지 않은 책이던데.”

    “책?”

    “일단 뭔지 몰라서 가지고 왔어요. 깨어나신 걸 확인했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누워서 조금 더 쉬도록 하세요.”

    강 내총관이 문을 닫고 나갔다. 하지만 의심 섞인 내 눈은 여전히 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저게 나를 암습한 범인이라고?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졌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어도 하늘에서 책이 떨어졌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잔뜩 경계하는 자세로 협탁 위에 놓인 책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책표지에는 ‘천무록’이라는 글씨가 적혀져 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던 강 내총관의 말과는 달리 첫 장부터 글씨가 빼곡하다.

    [무적검왕 독고무님이 열람을 시작합니다.]

    [옥골음희 야생화님이 열람을 시작합니다.]

    [칠절선녀 백화봉님이 열람을 시작합니다.]

    [생사판관 백선생님이 열람을 시작합니다.]

    [생사판관 백선생] - 속세와 연결되는 통로가 열렸다는 말이 진짜요?

    [옥골음희 야생화] - 저도 그 소식 듣고 왔어요. 『천무록』의 주인이 나타났다면서. 그런데 열리긴 진짜 열린 거 맞아요?

    [무적검왕 독고무] - 이보시오. 인연자여! 내 말 들리시오?

    - 3화에 계속 -


    3화 『천무록』의 인물들 (1)

    “뭐, 뭐야!?”

    나는 깜짝 놀라 그만 무릎이 크게 꺾였다.

    귓가가 간질간질한 게 마치 누군가가 내 귓가에 대고 말을 속삭이는 것 같다. 시장통에 있는 듯 왁자지껄함이 계속 들려온다.

    “전음인가?”

    ‘전음’은 일류 고수 수준이 되는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기술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기(氣)에 실어 특정한 이에게만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눈을 크게 뜨고, 방 안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혹시 누가 전음이라도 보내는가 싶어서 봤지만, 자신에게 전음을 보낼 그런 친분 있는 일류 고수는 있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나는 전음을 받아본 적도 없어 이게 전음인지도 몰랐다. 단지 전음이 이런 방식으로 전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뿐.

    역시나 방문을 열고 밖까지 내다봤지만, 주변은 아무 일도 없이 고요하다.

    [무적검왕 독고무] - 지금 방금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생사판관 백선생] - 나도 똑똑히 들었소. 분명 사람의 목소리가…….

    가만 봤더니 들려오는 소리와 같은 문장이 종이 위에 실시간으로 글자가 춤추듯 나타나고 있다.

    삽시간에 몇 줄의 글자들이 후딱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너무 놀라 그만 책을 덮었다. 뒤늦게 심장이 방망이질한다.

    마치 뭔가에 홀린 그런 기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책을 덮자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목소리 또한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가 술을 많이 먹긴 많이 먹었나 보다. 아, 혹시 아직 꿈속인가?”

    탁탁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뺨을 두들겼다.

    그리고는 책을 다시 조심스럽게 열었다.

    이번에는 듣지 못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마 백천후] - 잡것들아! 인연자가 놀라서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너희가 다 책임질 것이냐!?

    [생사판관 백선생] - 아니, 천마 선배. 그걸 왜 우리가 책임을 진단 말이오?

    [천마 백천후] - 닥쳐라! 선배는 얼어 죽을. 동 시간대 활동했으면 감히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을 까마득한 놈이 어디서 감히 본좌와 말을 섞으려고 들어? 보아하니 아직 10갑자의 내공도 쌓지 못한 놈 같은데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에 수련이나 더 열심히 해라.

    [무적검왕 독고무] - 이보시오, 천마. 비록 우리가 그대의 명성에는 못 미치겠지만 우리도 살아생전 무공 하나로 천하를 제패하던 사람들이오. 그래도 수천, 수만 명의 수하를 거닐던 일대 종사들이거늘 우리를 조금 더 예우 있게 대해 줘야 하는 거 아니오?

    [천마 백천후] - 예우는 지랄. 그 보잘것없는 무공으로 그런 자리에까지 올랐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천마 백천후의 싸늘한 음성이 뒤를 갈랐다.

    [천마 백천후] - 셋 셀 동안 10갑자 이하 놈들은 여기서 썩 꺼져라. 만약 셋을 세고도 10갑자도 안 되는 놈들이 남아 있을 시에는 내 친히 그대들을 방문할 터이니. 내 방문을 받고 싶은 놈들이 있다면 계속 남아 깝죽거리도록.

    [옥골음희 야생화] - 전 놈이 아니라 년이니까 남아 있어도 되겠죠?

    어이없다는 천마의 헛웃음이 허공을 갈랐다.

    [천마 백천후] - 허허, 잡년 하나가 감히 나를 농락…….

    [옥골음희 야생화] - 이런, 염병할 꼰대 같으니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야생화의 뾰족한 목소리가 맺히더니 이내 종이 위로 글씨가 떠 올랐다.

    [옥골음희 야생화님이 열람을 중단하고 퇴장합니다.]

    그리고 뒤따르는 글씨들.

    [칠절선녀 백화봉님이 열람을 중단하고 퇴장합니다.]

    [생사판관 백선생님이 열람을 중단하고 퇴장합니다.]

    [장백천옹 표일춘님이 열람을 중단하고 퇴장합니다.]

    …….

    그 후로 무수히 떠오르는 퇴장의 물결. 약 서른 명 정도의 인물들이 열람을 중단하고 퇴장했다.

    [천마 백천후] -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어디 보자. 오호? 혜승. 그대도 들어와 있었나?

    [달마대사 혜승] - 아미타불, 천마시주. 오랜만이오.

    [천마 백천후] - 속세와 연을 끊고, 사는 것이 진정한 도의 끝자락에 닿는다는 부처의 가르침은 어쩌시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거늘. 아직도 속세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오?

    [달마대사 혜승] - 부끄럽지만, 빈도의 수양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아직도 속세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는 걸 보니. 하지만 오백 년 만에 『천무록』이 주인을 만났으니, 이 또한 부처님 뜻이라 여기고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천마 백천후] - 코에 달면 코걸이고, 귀에 달면 귀걸이라. 하여간, 누가 땡중 왕초 아니랄까 봐 말 돌리는 솜씨 하나는 기막히군. 그보다도 그대 말고도 아홉 명이나 더 남았군. 검제 백제일, 권왕 용갈천, 멸절사태 소태후, 장백신옹 혜인자…….

    별호를 읊던 천마가 멈칫하더니 내심 놀란 듯 말을 이었다.

    [천마 백천후] - 오호, 신비곡주 주설화. 그대 내공의 화후가 벌써 10갑자를 넘었소? 월광내공심법이 고금에 둘도 없을 절학(絕學)이라고 하더니 성취가 매우 빠르군.

    [신비곡주 주설화] - 칭찬 고마워요. 저도 기본적인 자격은 갖췄으니 같이 『천무록』을 열람해도 되겠죠?

    [천마 백천후] - 물론, 사내가 어찌 한 입으로 두말을 할까? 좋을 대로 하시오. 그보다도 인연자여. 쥐새끼처럼 그만 훔쳐보고, 이쯤 됐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지!?



    목돌이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진빠이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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